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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희의 뒷북
3년 전 대전의 고향 집 앞에서 나는 비명을 질렀다. “엄마!” 스물여덟 살 먹은 총각에겐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지만 그땐 어쩔 수가 없었다. 다급했으니까. 그때 나는 가족과 부여의 친척집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트렁크에는 사과, 한과, 김치 같은 할머니의 애정 어린 선물이 가득했다. 덕분에 어머니가 주차를 맡은 사이 아버지와 나는 짐을 옮기느라 바빴다. 양손 가득 짐을 들어도 차와 주차장 사이를 여러 차례 오가야 했다. 마침내 모든 짐이 쌓였고, 성질 급한 나는 상자 하나와 봉투 몇 개를 함께 손에든 채 아파트 현관의 자동문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문이 작동하지 않았다. ‘에이씨’, ‘뭐야’ 같은 추임새를 넣으며 닫힌 문 사이로 손가락을 넣었다. 과거 그런 식으로 문을 열었던 기억이 있어서였다..
외할머니를 생각하면 늘 롯데샌드가 함께 떠오른다. 입대 후 첫 휴가날, 부모님은 자식 고기 먹인다며 장 보러 가시고 집에는 나와 할머니 둘 뿐이었다. 간만에 네이트온을 켜고 친구들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린 나였다. 할머니가 사라질 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거동도 불편하신 분이 어디 가셨나, 집밖으로 나가 한참을 찾아 헤맸다. 어디에도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치매, 납치, 노인 증발 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뇌리를 스쳤다. 그렇게 얼마나 헤맸을까. 아파트 정문 쪽에서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안도감과 원망이 뒤섞여 다리에 힘이 풀렸다. 도대체 어디 갔었냐며 나는 그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런 나를 그녀는 굽은 등으로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입을 열었다. "너 이거 좋아하지?" 그의 손에는 롯데샌드..
두 종류의 책에 대해 말하고 싶다. 하나는 소설이고 다른 하나는 소설을 다룬 책이다. 둘은 언론의 폭력을 말한다는 점에서 공통되다. 하지만 전자가 언론만을 다루는 반면, 후자는 언론을 둘러싼 맥락으로서 독자의 세계를 환기한다는 점에서 둘은 다르다. 먼저 소설. 독일의 소설가 하인리히 뵐의 1974년작 는 블룸이라는 여성이 자신의 살인 행각을 경찰서에 자수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왜 그녀가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아보고자 사건 발생 5일 전으로 되돌아간다. 그날, 블룸은 한 남자와 사랑을 나눴다. 그 남자는 공산주의자이자 테러리스트였고, 횡령범으로서 경찰에 쫓기는 중이었다. 하지만 만남의 순간에 그녀는 남자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그녀가 그를 알게 된 것은 사랑을 시작한 이후의 일이었다. 테러행위를 돕..
“너 ‘남성 할당제’로 들어온 거 아냐?” 회사 선배들이 이따금 하는 말이다. 물론 농담일 확률이 높다. 웃으며 “장난이야”라는 말을 덧붙이는 걸 보면 그렇다. 하지만 농담에도 근거는 있다. 예컨대 여성이 남성보다 시험을 잘 보는 것 같다는, 뭐 그런 느낌적인 느낌. 실제로 언론사 입사시험 절차 중 면접이나 실무전형 장소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이 모인다. 면접, 실무는 필기시험이란 관문을 뚫어야지만 올라올 수 있는데, 필기는 실력을 기준으로 줄을 세워 당락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선배의 농담은 일종의 삼단논법이다. ‘남자는 여자보다 실력이 좋지 않다. 너는 남자다. 그런데도 입사하다니, 뭔가 우회로가 있는 거 아니냐.’ 외양상 농담이니 일단 웃지만, 한 번씩 속이 부글부글 끓을 때가 ..
회사가 끝나면 나는 카페에 간다. 책을 읽기 위함이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친다’고는 못해도, 습관 때문인지 매일 어느 정도 분량을 눈에 담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백수일 때보다 시간은 없고, 짧은 시간에 많이 읽어야 하니 매일매일이 갈급하다. 그러면서도 욕심은 많아 시간이 빌 때마다 서점에 간다. 눈에 들어오는 책들을 양껏 사 들고 집에 온다. 다 읽지 못하는 책이 태반이요, 읽는 글들도 채 소화하지 못한 채 흘려보낸다. 탐식과 소화불량이 반복되는 요즘이다. 이번 주말은 대전에서 보냈다. 자식들이 떠난 후 부모의 집은 한산하다. 사람이 줄었건만 부모가 활용하는 공간의 크기는 별다르지 않다. 떠난 자리에 사람이 들지 않으니 내 방은 창고나 다름없다. 인디아나 존스라도 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