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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뉴스보다 느린, 뉴스보다 깊은 책읽기 - 뒷북 (9)
조문희의 뒷북
‘입좌파’라는 말을 글자로 읽는 것조차 싫어하는 나지만 친구들을 보며 꼭 한 번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대학교 2학년이던 2008년, 광화문 광장에선 소위 ‘광우병 집회’가 한창이었다. 광우병이 실재하는 질환이냐는 데 친구들은 저마다 생각이 달랐다. 누군가는 ‘그런 병 없다더라’고 말하는 반면 ‘입증됐다’고 소리 높이는 사람이 있었다. 혹자는 ‘그래도 시민이 불안해하면 일단 수입을 멈춰야하는 거 아니냐’며 제3의 길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모두가 동의하는 쟁점이 있었다. 적어도 집회에 나온 시민을 경찰이 폭력적으로 진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 불만을 토로하던 친구들은 네이트온에 삼삼오오 모였다. 네이트온은 지금으로 치면 카카오톡과 비슷한 메신저다. 그곳에서 단체채팅방을 연 우리는 짐짓 시..
대학 시절,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은 술자리에 모였다. 하릴없는 청춘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이따금 카페에, 혹은 당구장에 가기도 했다. 노래방에 가는 날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매번 모임의 끝은 술집이었다. 무엇보다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곳에는 늘 고개를 끄덕여주는 사람이 있었다. 학교 얘기, 연예인 얘기, 그리고 이성 얘기…. 나처럼 술 한 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도 이야기의 세계에선 시민권이 있었다. 각자 만 원씩만 내면 배부르게 안주까지 먹을 수 있었다. 만 원의 행복 앞에서 우리는 모두 평등했다. 그땐 몰랐다. 눈으로 보면서도 알지 못했다. 누군가는 오후 일과 내내 카페나 게임방에서 시간을 보낸 반면, 누군가는 알바를 마친 후에야 술자리에 ..
3년 전 대전의 고향 집 앞에서 나는 비명을 질렀다. “엄마!” 스물여덟 살 먹은 총각에겐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지만 그땐 어쩔 수가 없었다. 다급했으니까. 그때 나는 가족과 부여의 친척집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트렁크에는 사과, 한과, 김치 같은 할머니의 애정 어린 선물이 가득했다. 덕분에 어머니가 주차를 맡은 사이 아버지와 나는 짐을 옮기느라 바빴다. 양손 가득 짐을 들어도 차와 주차장 사이를 여러 차례 오가야 했다. 마침내 모든 짐이 쌓였고, 성질 급한 나는 상자 하나와 봉투 몇 개를 함께 손에든 채 아파트 현관의 자동문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문이 작동하지 않았다. ‘에이씨’, ‘뭐야’ 같은 추임새를 넣으며 닫힌 문 사이로 손가락을 넣었다. 과거 그런 식으로 문을 열었던 기억이 있어서였다..
두 종류의 책에 대해 말하고 싶다. 하나는 소설이고 다른 하나는 소설을 다룬 책이다. 둘은 언론의 폭력을 말한다는 점에서 공통되다. 하지만 전자가 언론만을 다루는 반면, 후자는 언론을 둘러싼 맥락으로서 독자의 세계를 환기한다는 점에서 둘은 다르다. 먼저 소설. 독일의 소설가 하인리히 뵐의 1974년작 는 블룸이라는 여성이 자신의 살인 행각을 경찰서에 자수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왜 그녀가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아보고자 사건 발생 5일 전으로 되돌아간다. 그날, 블룸은 한 남자와 사랑을 나눴다. 그 남자는 공산주의자이자 테러리스트였고, 횡령범으로서 경찰에 쫓기는 중이었다. 하지만 만남의 순간에 그녀는 남자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그녀가 그를 알게 된 것은 사랑을 시작한 이후의 일이었다. 테러행위를 돕..
“너 ‘남성 할당제’로 들어온 거 아냐?” 회사 선배들이 이따금 하는 말이다. 물론 농담일 확률이 높다. 웃으며 “장난이야”라는 말을 덧붙이는 걸 보면 그렇다. 하지만 농담에도 근거는 있다. 예컨대 여성이 남성보다 시험을 잘 보는 것 같다는, 뭐 그런 느낌적인 느낌. 실제로 언론사 입사시험 절차 중 면접이나 실무전형 장소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이 모인다. 면접, 실무는 필기시험이란 관문을 뚫어야지만 올라올 수 있는데, 필기는 실력을 기준으로 줄을 세워 당락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선배의 농담은 일종의 삼단논법이다. ‘남자는 여자보다 실력이 좋지 않다. 너는 남자다. 그런데도 입사하다니, 뭔가 우회로가 있는 거 아니냐.’ 외양상 농담이니 일단 웃지만, 한 번씩 속이 부글부글 끓을 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