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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희의 뒷북
2014년 어느 새벽 미국 워싱턴 D.C. 링컨 기념관 앞. 기념관을 마주본 채 길게 뻗은 호수 주위로 덩치 좋은 흑인 남성이 조깅을 하고 있다. 해가 아직 떠오르지 않은듯 세상은 어둡고 멀리 워싱턴 기념탑이 보인다. 넓은 호수에 비하자니 남성은 하나의 점처럼 작고 멀리서 보는 세상은 고요하다. 덩치가 더 큰 백인 남성이 그를 몇바퀴 연달아 제쳐 버리기 전까지는. 에서 후일 팔콘이 되는 샘과 캡틴, 스티브 로저스가 처음 만나는 순간이다. 스티브는 70년만에 세상에 나왔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3년, 그는 슈미트 박사의 뉴욕 폭격 계획을 막으려다 세상에서 사라졌다. 싸움 중 조종장치가 고장난 슈미트 박사의 폭격기가 미국에서 터지지 않도록 그린란드로 끌고 갔다가 빙하에 추락해 얼어 버렸다. 얼마 전..
내게도 편견이 있던 게 아닐까. 수습기자로 경찰서를 출입하기 시작한 지 5주째, 서울 마포경찰서 앞에서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보고 시간에 맞춰 한 차례 선배와 통화를 마친 후였다. 수화기 너머 선배가 던진 질문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문희씨, 보고에 나온 ‘한 마음의 집’이요. 이게 뭐예요? 탈시설 이후의 시설인가요?” 당시 나는 정신질환자를 취재하는 데 빠져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정신질환자는 주취자와 더불어 경찰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꺼내는 대화 소재였다. 경찰은 주취자가 많아서 일을 못 한다, 정작 범죄 예방에는 힘을 못 쓴다는 얘기를 종종 했다. 정신질환자도 다르지 않았다. 많은 경찰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느라 날을 꼬박 새운다는 말을 건넸다. 어떻게 그 두 단어를 화두로 삼지 않을 ..
‘입좌파’라는 말을 글자로 읽는 것조차 싫어하는 나지만 친구들을 보며 꼭 한 번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대학교 2학년이던 2008년, 광화문 광장에선 소위 ‘광우병 집회’가 한창이었다. 광우병이 실재하는 질환이냐는 데 친구들은 저마다 생각이 달랐다. 누군가는 ‘그런 병 없다더라’고 말하는 반면 ‘입증됐다’고 소리 높이는 사람이 있었다. 혹자는 ‘그래도 시민이 불안해하면 일단 수입을 멈춰야하는 거 아니냐’며 제3의 길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모두가 동의하는 쟁점이 있었다. 적어도 집회에 나온 시민을 경찰이 폭력적으로 진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 불만을 토로하던 친구들은 네이트온에 삼삼오오 모였다. 네이트온은 지금으로 치면 카카오톡과 비슷한 메신저다. 그곳에서 단체채팅방을 연 우리는 짐짓 시..
기사를 쓰는 동안 어떤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드라마 의 한 장면. 주인공 이수인(지현우 분)은 경찰서 앞에서 달리기를 한다. 아직은 아니지만 이제 곧 뛰기 시작할 것 같다. 조금 전 그는 부진 노동상담소에서 일하는 문소진(김가은 분)의 전화를 받고 경찰서에 왔다. 오긴 왔지만 자신을 왜 불렀는지조차 그는 알지 못한다. 멀뚱히 서 있는 그에게 문소진은 말한다. "경찰이 달리기 시합에서 이기는 쪽만 받아준다고 한다." 자신이 잘 달리지 못하면 억울한 일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이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궁금했다. 이수인은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수습기자 신분으로 사회부 사건팀에 배속된 첫 날, 종로경찰서 정문 앞에서 나는 한참을 서성였다. 서른 두 해를 살았지만 제 발로 오는 상상 따위 해보지..
대학 시절,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은 술자리에 모였다. 하릴없는 청춘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이따금 카페에, 혹은 당구장에 가기도 했다. 노래방에 가는 날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매번 모임의 끝은 술집이었다. 무엇보다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곳에는 늘 고개를 끄덕여주는 사람이 있었다. 학교 얘기, 연예인 얘기, 그리고 이성 얘기…. 나처럼 술 한 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도 이야기의 세계에선 시민권이 있었다. 각자 만 원씩만 내면 배부르게 안주까지 먹을 수 있었다. 만 원의 행복 앞에서 우리는 모두 평등했다. 그땐 몰랐다. 눈으로 보면서도 알지 못했다. 누군가는 오후 일과 내내 카페나 게임방에서 시간을 보낸 반면, 누군가는 알바를 마친 후에야 술자리에 ..